함께 있어도 우리 사이의 언어는 매우 인색하다. 너는 한국어를 배운 지 이제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초짜였고 나의 영어 발음은 누가 들어도 구제 불능인 탓에 우리는 자주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. 하여, 우리 사이의 언어는 인색했을 뿐 아니라 매번 연약했고 무례했다. 아니, 언어란 애초부터 내 의도를 비껴 가고 있었다는 걸 나는 너를 만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. 감정을 꿰뚫는 언어는 없었고 그래서 한순간에만 존재하는 무한대의 감정은 정제되고 정제되어 다만 몇 마디로만 남아 불투명하게, 불완전하게 발화되는 것이리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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